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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9 [글] My Campbell-eyes::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화의 이미지

...아리아드네가 그랬듯이 우리도 이 사람에게로 달려가 보자.

그는 실타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아마를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들판에서

거두었다. 수세기에 걸친 경작, 수십 년에 걸친 채집, 수많은 가슴과 손의

힘겨운 작업...... 이 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마를 훑고, 간추리고

헝클어진 실무더기에서 실을 자아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혼자서는 이 모험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모근 시대의 영웅들은 우리에 앞서 미궁으로 들어갔고,

미궁의 정체는 모두 벗겨졌으며, 우리는 단지

영웅이 깔아놓은 실만 따라가면 되는데도 그렇다.

추악한 것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우리는 신을 발견할 것이고,

남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죽일 것이며,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던 곳을 통해 우리는 우리 존재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외로우리라고 생각하던 곳에서 우리는

세계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39쪽-


우리는 어느 칼라하리 부쉬맨의 입을 빌러 이 책의 서막을 열었다.

"우리를 꿈꾸는 꿈이 있답니다." 그리고 이제 쇼펜하우어의 펜 끝에서 나온

주문을 외며, "하나의 존재가 꾸는 광대한 꿈으로서

그 꿈속의 등장인물들도 모두 꿈을 꾸고 있는" 은하수와 우리 자신으로 이루어진,

전 우주의 막을 내리고자 한다. 여기에는 분명 영감의 일치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또한 차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칼라하리 사냥꾼들의 세계를 들여다 본 적도 없고,

스스로 신화와 관련된 무엇이 우리에게

-그리고 쇼펜하우어에게-

남아있는지 묻지도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꾸고 있고, 그것이 우리를 꿈꾸는, 그 꿈은 무엇인가?

어떤 르네상스적 깨어남이 티치아노의 붓과 셰익스피어의 거침없는 펜에

영감을 불어넣고, 갈릴레오와 뉴턴과 달나라를 향한 우주비행사들의 비행을

가능케 했는가?

-신화의 이미지, 591쪽-




대학에서 '신화와 역사'라는 강의를 듣던 시절 캠벨 선생의 글을 처음 접했었다.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의 이야기들이 묘한 울림으로 남아

끝내 공명(resonance)을 이룬 것이 대학원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한때 내 의식기저를 완전히 흔들어놓았던 바르트 만큼이나

캠벨 이펙트는 강했다. 후천적 DNA 재구성 수준 이었다면,

그것은 한 스푼 정도의 과장을 더한 진실이다.

볼링겐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자, 캠벨 선생의 비교 신화학 이론의

최종장이라고 할 수있을 '신화의 이미지'에 실린 선생의 이력 소개가

썩 마음에 든다. 일부를 싣는다.


조셉 캠벨(조지프 캠벨, 이라는 표기도 흔히 쓰인다.)
Joseph Campbell, 1904 - 1987
그는 한 때 뉴욕시 최고의 육상 선수였고, 색소폰 주자였으며,

대공황이 닥치자 우드스탁의 숲 속에 은거하며 종종 재즈 밴드에서 연주한 대가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삽십대 중반에 열애에 빠져 결혼한 그의 아내는

무용가였고, 조지 루카스는 그에게서 영감을 받아

[스타워즈]를 만들어냈다. 그가 바로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가, 비교 신화학자로

칭송받게 된 조셉 캠벨이다.


비교적 초기 저작에 속하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이 세계 각지의 신화들이 지닌

의미적, 서사적 유사성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담았다면,

'신화의 이미지(The Mythic Image)'는 그 연장선상에서

풍부한 시각 레퍼런스를 곁들였다.

인간의 선천적 성분 구성이 서로 엇비슷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캠벨 선생의 주장처럼- 광범위한 思考의 전이가 더해진 것인지

내 조야한 시각으로 감히 이면의 프로세스를 들추어낼 수 없으나,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찌되었건, 모티브는 한줄기에서 나왔다'


상업 예술가로서, 그리고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찌되었건- 반가운 이야기이다.

캠벨 선생의 저작이 동아시아 = {일본, 중국}(순서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식으로

치우쳐져 있음은 아쉽다. 제 한국 신화에 대한 캠벨 테스트는

나를 포함한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몫, 으로 남겨져 있다.


[덧]
여담이지만, 닫힌 종교 중의 하나인 크리스트 교가 본디

열린 종교였으리라는
 캠벨 선생의 추정에 깊이 공감한다.

예수 가라사대 아버지가 당신 안에 있고, 당신이 우리 안에 있다 하셨으니

누구든 예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는 예수만큼 신에 다가간

사람이 없었던 것 뿐일지도.(물론 있었는지도 모른다.)

베드로와 그의 제자들이 세운 교회가 그 전통을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크리스트교가 유일신 야훼를 내세우는 닫힌 종교로 굳어졌는지도,

모를 일일진저, 오직 아는 이는

야훼뿐이려나. :>

2009/04/29 21:59 2009/04/29 21:59
항해 로그 l 2009/04/2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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